이틀째.

 

미국에 다시 돌아온지 이틀째 되는 날이다.

나는 뭔가 마음에 뭘 해야 한다거나 하면 그것이 내 뜻대로 잘 되지 않을때 마음이 불안해지는 일종의 강박이 있는것 같다. 새해 다짐도 하고, 미국에 오면서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고, 건강한 습관으로 살아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었다. 순조롭게도 도착 첫날, 너무나 피곤했던 탓에 그리고 비행기 도착 시간이 밤이었던 탓에 바로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 일찍 개운한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차가 어디 그렇게 쉬이 적응이 되던가. 낮에 먹은 서브웨이가 소화도 잘 되지 않았고 너무나도 피곤했던 탓에 저녁 6-9시 사이에 한잠 자고 나니 몸은 깨었는데 머리는 멍-한 그런 상태가 되었었다.

배도 고프던 차에 오렌지와 바나나,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 먹었는데 그게 또 소화가 잘 안되기 시작했나보다. 그래서 답답한 몸을 이끌고 바람쐬러 밖에 나갔는데 밤 11:50이었다. 매우 가정적인 문화인건지 문을 연 카페는 있을리가 없었고 동네 미술관 앞까지 한바퀴 산책을 하고 돌아왔었다.


계속되는 두통끝에 잠이 좀 오나 싶었는데 양치 하는 새 잠이 다 깨어버리기도 하고, 그렇게 뒤척이다가 한국의 아내와 전화를 하는데 내 생각을 일깨우는 아내의 한마디.

“너무 꼭 자야지 생각하지 말고, 할것들도 좀 하고 쉬구, 배고프면 밥도 먹구,  아침일찍 스타벅스 열면 가서 커피도 한잔하고 그래요. 아침 일찍 아무도 없을때 카페가면 기분좋잖아. 오빠가 아직 한국시차인데 어디 그렇게 당장 적응이 되겠어? 마음 편하게 먹어요.”

그래, 내가 너무 일찍 자야한다는 강박에 갖혀있었구나 깨닫는 순간, 샌드위치와 시리얼에 적응안된 속을 달랠 따뜻한 밥과 국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만한 재료들은 방학 시작하기 전 미국을 떠날 때 이미 정리해서 없겠거니 했는데, 다행히 황태와 미역이 있는걸 발견했다. 아내가 거의 1년전 미국에 방문했을 때 가져온건데 그동안 손 한번 데지 않았던 재료들이었다.

미역을 물에 불리고, 황태도 손질해서 물에 불리고, 간장과 함께 볶은다음 멸치 육수를 넣어서 푹 끓였다. 그리고 매콤한 반찬도 생각이 나서 간단히 양념을 만들어 황태무침도 만들었고, 밥도 금방 지었다. 어느새 책상 위에 따뜻한 한상 차림이 올라와 있었다. 국물 한 숟가락, 밥 한 입, 그리고 반찬 한 입 먹는데.. 그간 아팠던 속이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따뜻한 그것이 내 안에서 나를 감싸주는 그 느낌.

바다에서 나고 자란 황태와 미역은, 건조과정을 통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재료로 변한다. 그리고 음식이 되려는 순간, 물을 만나면서 다시 생명을 찾는다. 그 생명은 다른 생명을 살린다. 놀랍다.

한국은 오후고, 미국은 새벽인데.. 시차적응은 안됬는데 새벽에 센치해지는 내 뉴런은 벌써 혼자 시차적응 다 한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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